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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출 날벼락에 빚만 떠안았다" 롯데마트 수지점, 점주 '퇴출' 강요 논란

롯데마트 수지점에서 영업을 이어가던 점주들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 재계약을 한 달 앞두고 계약 해지 통보를 받은 점주들은 "피눈물을 흘린다"며 롯데마트의 갑질을 고발했다. 사진은 11일 롯데마트 수지점 입구. /용인=이민주 기자

재계약 한 달 전 계약 종료 통보… '언론제보 않는다'는 합의서 요구

[더팩트|용인=이민주 기자] "'폐점' 한다는 소문을 듣고 미리 나갔어야 했나요? '건물 임대 기간이 한참 남았기 때문에 문 닫을 일은 없을 것'이라는 본사의 말을 믿은 게 죄인가요? 왜 남아있는 사람들이 '병X'이라는 소리를 들어야 하나요. 언론에 알리지 않고 조용히 입 다물고 있으면 몇 달 더 남아있게 해준다며 '합의서'를 들이밀더군요. 폐점하는 마당에 인테리어 원상복구 비용은 왜 내야 하죠?"(롯데마트 수지점 점주 A씨)

롯데마트 수지점에서 영업하던 점주들이 하루 아침에 거리로 내몰리는 상황에 이르렀다. 롯데마트가 재계약을 한 달 앞두고 계약 해지를 통보해서다. 롯데쇼핑 측은 "법적으로 문제 될 것이 없다"라고 밝혔지만, 점주들은 "대기업의 횡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양측 간 갈등은 더 해지고 있다. 특히, 롯데쇼핑 측이 남아있겠다는 점주들에게 '언론제보나 시위를 하지 말라'는 내용의 계약 연장신청서와 함께 합의서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갑질 의혹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전날(11일) 롯데마트 수지점에서 6년 동안 매장을 운영해온 A씨를 만났다. A씨가 롯데쇼핑 측으로부터 '임대차계약 만료에 따른 계약종료 통보' 공문을 받은 것은 지난 5월 28일로 회사 측은 "계약을 종료하고자 하오니 2019년 6월 30일까지 임대차목적물을 원상회복해 당사에 인도해 달라"고 밝혔다. A씨에 따르면 공문 발송 한 달 후인 지난 6월 28일, 롯데마트 관계자가 찾아와 오는 10월 31일까지 계약 종료 시점을 4개월 연장하는 내용의 '계약 연장신청서'와 '합의서'를 제시하고, 서명을 요구했다.

'갑질 의혹'에 불을 지핀 것은 회사 측이 제시한 합의서 내용이다. <더팩트>가 입수한 합의서에 따르면, 점주들은 이번 합의 내용과 관련해 어떤 이의나 민원제기, 소송을 포함한 각종 청구, 진정, 언론제보 등의 행위를 할 수 없다. 아울러 회사 측 합의서 마지막 항목인 '비밀 유지 의무 및 손해배상'에서 "해당 조항을 위반하면 그에 상응하는 민형사 책임을 지기로 한다"고 명시했다. 이 같은 내용과 관련해 점주들은 "연장 때까지 임대료는 물론 적게는 600만 원부터 많게는 2400만 원이 드는 인테리어 복구 비용을 점주들의 몫으로 떠넘기는 사실상 강요문을 제시하면서 노골적으로 입을 틀어막으려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쏟아냈다.

롯데마트 측은 지난 5월28일 계약 해지 내용을 담은 공문(왼쪽)을 입점 점주에 발송했다. 이로부터 한달 후인 6월28일에는 계약 연장을 원할 경우 '언론제보나 시위를 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합의서(오른쪽)을 작성하라고 했다. /롯데마트 수지점 피해 점주 제공

회사 측이 제시한 '4개월 연장안'은 무의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폐점 소식이 알려진 이후 사실상 고객들의 발길이 끊긴 상황 끊긴 상황에서 울며겨자먹기로 임대료만 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게 점주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이날 롯데마트 수지점에는 마트가 있는 1층에 장을 보려는 고객들이 한 두명 보일 뿐, 의류 등 점포가 입점해 있는 2, 3층은 군데군데 매장이 비어있어 마치 임시로 만들어 놓은 거대한 드라마 세트장을 연상하게 했다.

점주들은 앞으로 3개월이 영업의 마지노선으로 보고있다. 롯데마트 측이 8월부터 오전 10시-오후 11시까지던 영업시간을 오전 11시-오후 9시까지로 줄이고, 모객의 주요 요인이었던 문화센터 강좌도 8월부로 모두 종료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아이들과 부모들의 발길이 닿았던 3층에 자리 잡은 어린이 장난감 코너인 '토이저러스' 매장도 1층으로 옮긴다.

A씨는 "어떤 사람들은 남아있는 사람이 병X이라는 이야기도 하더라. 단지 우리는 수년 동안 '폐점하지 않는다'던 마트 측의 말을 믿었을 뿐이다. 이곳에서 오랫동안 장사를 했고 고정고객들도 꽤 있다"며 "폐점 소식에 마트에 손님이 끊겼다. 영업을 이어갈수록 빚만 늘어간다. 밖에서 노가다 일을 하는 것이 오히려 나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롯데마트 수지점에서 10여년 째 한 매장을 운영해온 B씨 역시 "폐점 사실이 알려진 이후 B씨의 매장에는 단 한 명의 신규 손님도 오지 않았다. 그나마 오던 단골 고객들의 발길도 뚝 끊겼다"며 "고객들에게 돌아온 것은 '왜 폐점 사실을 알리지 않았냐'는 원망이었다. 선불금을 내고 회원권을 결재한 손님들에게 환불해줘야 할 선결재분 금액은 1억 원에 달한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하루아침에 낙동강 오리알이 됐다. 점주들을 빨아먹을 만큼 빨아먹고 버리는 셈이다. 폐점 소식이 알려진 후 선결재한 금액을 소진하려는 고객들만 매장을 찾는다. 데리고 있는 직원만 10명인 상황에서 손님이 없으니 대출금을 받아 직원들 월급을 줘야한다"고 설명했다.

11일 롯데마트 수지점 매장 곳곳에는 롯데마트의 갑질을 지적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현수막에는 '임대상인 거리로 내모는 악덕기업 롯데마트' 등의 문구가 담겼다. /용인=이민주 기자

점주들은 또 회사 측이 폐점 직전까지도 '폐점할 일은 없으며 매장을 리뉴얼할 것'이라며 거짓말을 했다고 주장한다. 이미 많은 매장에는 '기습적인 점포매각에 임대상인 피눈물 흘린다', '롯데마트는 갑질을 중단하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붙었다.

B씨는 "3~4년 전부터 손님이 없어 철수하려는 매장이 많았다. 그때마다 마트 측은 임대료를 낮춰주면서 회유하고 '곧 리뉴얼할 것'이라며 점주들을 붙잡았다. 건물 임대기간도 10년 이상 남았다며 폐점할 일은 없다고 강조했었다. 그러더니 하루아침에 폐점한다며 계약을 해지한다는 것이 말이 되냐"며 "마트가 망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서 영업을 지속했던 것은 '폐점하지 않을 것'이라는 마트의 말을 믿었기 때문이었다"고 울분을 토했다.

A씨는 "폐점 소문이 돌고 점포가 빠지면 마트에도 타격이 오니 쉬쉬한 것 아니냐. 가뜩이나 적자인데 임대료라도 받아야 하니까 폐점 소식을 숨긴 것이다"라며 "사정이 있어 운영하는 점포를 일찍 닫기라도 하는 날에는 '왜 문을 일찍 닫았냐'며 막말을 쏟아냈던 마트가 8월부터는 자기들 마음대로 영업시간도 줄여버린다. 이런 상황에서도 가장 답답한 것은 소통의 창구가 없다는 것이다. 점주들을 정서적으로 기만해놓고 자신들은 법적으로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하는 대기업의 횡포를 어떻게 감당하냐"고 토로했다.

한편, 점주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항의 시위를 진행하면서 마트 측의 법적 움직임에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롯데마트를 운영하는 롯데쇼핑 측은 수지점에서 불거진 '갑질 논란'과 관련해 "문제될 일이 아니다"라는 견해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 계약 해지는 한 달 전에 통보하도록 돼 있고 이를 지켰다"며 "매장 인테리어를 원상복구해야 한다는 부분도 계약서에 다 명시돼 있던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minju@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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